김구 선생은 조선 말기부터 대한민국 임시정부 시기를 거쳐 해방 이후까지, 한 민족의 운명과 자주성을 위해 평생을 헌신한 독립운동가이자 사상가입니다. 단순히 일제에 저항한 항일 투사로만 기억하기에는 그의 삶은 너무도 복합적이며 깊이 있는 철학으로 가득합니다. 백범 김구는 무장 투쟁을 통해 독립을 이루려 했던 전략가이자, 독립 이후의 자주적 국가 건설을 고민했던 정치가이며, 민족 전체가 하나 되어야 한다는 신념으로 끝까지 ‘통일’을 외쳤던 통합의 상징이기도 했습니다. 이 글에서는 김구 선생의 민족주의 철학, 통일에 대한 사상, 그리고 오늘날 우리가 계승해야 할 그의 정신적 유산을 중심으로 살펴봅니다.
무장 독립운동에서 통일운동까지, 한결같은 민족주의
김구는 일제에 맞선 독립운동의 중심에서 활동한 인물로, 특히 한인애국단 조직과 이봉창·윤봉길 의거를 주도하면서 무장 투쟁 노선을 대표했습니다. 하지만 그의 민족주의는 단순한 반일 감정에 그치지 않았습니다. 그는 식민 지배가 끝난 뒤에도 한국이 진정한 자주국가가 되기 위해서는 내부적으로 단단한 철학과 공동체 의식이 필요하다고 믿었습니다. 그는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주석으로 활동하며, 외교적 고립 속에서도 조직을 지켜내고 청년들을 교육하며 독립운동을 이어갔습니다. 해방 후에도 미국과 소련의 군정으로 인해 남북이 갈라지는 상황을 바라보며, 끝까지 분단 정부 수립에 반대했고 남북협상을 추진했습니다. 그는 “나는 통일된 조국에서 살고 싶다”는 말로 자신의 정치적 입장을 명확히 했으며, 그것은 단지 정치 선택이 아니라 민족주의자의 마지막 신념이었습니다. 김구의 민족주의는 어느 한 이념이나 정권에 기대지 않았으며, 민족의 존엄과 자주성을 최우선으로 여겼습니다. 오늘날에도 그는 ‘국가의 주인은 민족이며, 독립은 정치적 해방 그 이상’이라는 철학을 남긴 사상가로 기억됩니다.
백범일지에 담긴 인간 김구의 고뇌와 비전
김구 선생이 직접 쓴 자서전 『백범일지』는 그의 삶뿐 아니라 사상과 철학을 집약한 중요한 기록입니다. 이 책에는 단순한 회고가 아니라, 한 인간이 민족과 역사 앞에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깊은 고민이 담겨 있습니다. 그는 젊은 시절 암살이라는 과오를 저지른 사실도 숨기지 않고 솔직하게 고백했으며, 그것이 어떻게 새로운 삶의 방향으로 전환되었는지를 진심을 담아 서술했습니다. ‘백범’이라는 이름은 흰 범처럼 강인하고도 순수하게 살겠다는 다짐에서 비롯된 것으로, 김구의 삶이 단지 투쟁의 연속이 아닌, 내면의 성찰과 성장의 과정이었음을 보여줍니다. 『백범일지』에는 권력에 대한 경계, 지도자의 역할, 교육의 중요성 등이 반복적으로 등장하며, 특히 청년들에게 보내는 메시지는 지금도 큰 울림을 줍니다. 그는 지식이 있는 자는 행동해야 하며, 말보다 실천이 앞서야 한다고 믿었습니다. 이러한 정신은 오늘날 우리가 지도자를 평가하고, 공동체 속에서 나아가야 할 길을 판단하는 데에도 중요한 기준이 됩니다. 김구는 이상에 머무는 사상가가 아니라, 현실 속에서 이상을 추구한 인간이었습니다. 그의 글과 삶은 단지 과거의 기록이 아니라, 지금도 우리 사회가 되새겨야 할 윤리적 지침입니다.
지금 우리가 실천해야 할 김구의 정신
오늘날 우리는 김구 선생의 삶에서 무엇을 배워야 할까요? 가장 먼저 그는 ‘자주’라는 가치를 목숨보다 소중히 여겼습니다. 그는 누구의 도움 없이, 우리 스스로 나라를 세우고 지켜야 한다는 생각을 끝까지 버리지 않았습니다. 해방 이후 미국에 기대어 남한만의 정부를 세우자는 제안에도 그는 “자주 없이 자유는 없다”는 이유로 단독정부 수립에 반대했습니다. 두 번째는 ‘통일’에 대한 절박한 신념입니다. 김구는 통일 없는 독립은 반쪽짜리라고 보았고, 어느 쪽이든 이념이 아닌 민족이 우선이라는 입장을 고수했습니다. 세 번째는 ‘사람’에 대한 깊은 신뢰입니다. 그는 국민 개개인이 깨어 있어야 나라가 바로 선다고 보았으며, 교육과 청년정신을 강조했습니다. 특히 그는 “내가 바라는 나라는, 높은 문화의 힘으로 세계를 감동시키는 나라”라고 말한 바 있는데, 이는 단지 군사력이나 경제력보다 ‘문화와 인격’으로 존경받는 나라가 되어야 한다는 철학이었습니다. 김구의 철학은 감정적 민족주의가 아니라, 철저히 인간 중심의 가치 지향이었습니다. 이 시대를 사는 우리는 그가 던진 질문, “당신은 무엇을 위해 살고 있는가?”를 다시 마음속에 새겨야 할 시점입니다. 김구는 말 그대로 행동하는 양심이었고, 역사와 민족 앞에서 끝까지 책임을 다한 지도자였습니다.
김구 선생은 한국 근현대사의 가장 상징적인 인물 중 한 명입니다. 그의 삶은 단지 항일의 기록이 아니라, 민족의 자존과 통합을 위한 실천의 여정이었습니다. 우리는 그를 단지 과거의 위인으로 기념할 것이 아니라, 그의 철학과 행동을 오늘의 사회 속에서 이어가야 할 숙제를 안고 있습니다. 김구의 이름은 곧 질문이며 다짐입니다. “우리 민족이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 이 질문에 답하는 일, 그것이 바로 김구 정신을 계승하는 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