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약전 - 조선의 생물학자, 지식인으로서의 책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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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위인 이야기

정약전 - 조선의 생물학자, 지식인으로서의 책임

by 지극성 2025. 5.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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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약전은 조선 후기 실학자로서 형벌을 받고 흑산도로 유배되었지만, 그곳에서 어류 백과사전인 『자산어보』를 집필하며 실용 지식과 생물학 발전에 기여했습니다. 형 정약용과 함께 조선 실학의 흐름을 형성했으며, 오늘날 ‘기록하는 지식인’, ‘현장에서 배우는 학자’의 모범으로 평가받습니다. 이 글은 정약전의 삶과 명언을 통해 실천적 지식의 가치를 재조명합니다.

자산어보를 집필중인 정약전

유배지에서 꽃 피운 조선의 생물학자

정약전(1758~1816)은 조선 후기 실학자이자 정약용의 형으로, 남인 가문 출신으로 학문과 사상, 사회개혁 의식이 강한 집안에서 자랐습니다. 그는 천주교 수용과 진보적 사상으로 인해 신유박해(1801년)에 연루되어 흑산도로 유배되었으며, 그곳에서 생애 가장 위대한 저작 『자산어보』를 집필하게 됩니다. 『자산어보』는 흑산도 근처 바다와 민가에서 채집 가능한 물고기, 해조류, 조개류 등을 관찰·채집·기록한 책으로, 당시로서는 전례 없는 실용 중심 해양생물학 백과입니다. 그는 단지 학자로서 관찰하는 데 그치지 않고, 흑산도 주민들과 생활을 함께하며 물고기의 생태와 용도, 조리 방법, 시장 가치까지 기록했습니다. 이는 ‘지식을 위한 지식’이 아니라, ‘생활을 위한 지식’을 추구했던 실학자 정약전의 철학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작업입니다. 또한 그는 유배지에서도 교육을 포기하지 않았고, 지역 주민들에게 한글과 자연관찰 방법을 가르쳤으며, 동물 분류 방식과 민간요법까지 기록해 남겼습니다. 정약전은 귀양지의 척박한 환경을 지식 창조의 현장으로 바꾸며, 당시 지배 엘리트 중심 학문이 아닌 민중 중심 실용학문을 실현했습니다. 오늘날 우리가 그를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사회적으로 배척당한 공간에서도 ‘앎의 윤리’를 지키며 지식인의 역할을 실천했기 때문입니다.

그의 말에서 배우는 지식인의 책임

정약전은 『자산어보』 서문에서 “지식은 앎으로 끝나지 않고, 삶으로 연결되어야 한다”라고 썼습니다. 이 말은 그가 학문을 추구한 목적이 단지 명예나 출세가 아닌, 민중의 삶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기를 바랐다는 의지를 보여줍니다. 그는 유배지에서도 ‘나는 멀어졌지만 학문은 가까이 있어야 한다’며, 고립 속에서도 학문적 정신을 놓지 않았습니다. 또한 그가 제자들과 나눈 편지에는 “세상에서 쓰이지 않는 지식은 결국 사치일 뿐이다”라는 문장이 남아 있습니다. 이는 그의 실용주의 철학을 압축적으로 표현한 구절로,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는 지식의 무력함을 경계한 말입니다. 정약전은 학문을 생활에서 비롯된 경험으로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보았으며, 실제로 『자산어보』를 통해 당시 학자들에게 큰 영향을 끼쳤습니다. 그의 동생 정약용 역시 “약전은 백성을 스승 삼아 학문을 완성한 자”라고 평가할 정도로 실천적 지식인으로서 존경을 표했습니다. 정약전의 말은 오늘날 학문이 엘리트 중심의 담론으로 흐르고, 현장을 등한시하는 풍조에 경종을 울립니다. 그의 기록은 단지 자연을 정리한 자료가 아니라, 공동체를 위한 지식의 모범이며, 지금도 공공정책, 환경 교육, 지역사회 발전 등 실용 분야에서 그의 정신은 충분히 적용 가능한 가치입니다.

지금 우리에게 남긴 메시지

정약전의 삶은 단순한 유배자의 기록이 아니라, 지식인의 사회적 책임과 실천적 리더십을 재조명하는 데 중요한 사례입니다. 그는 지식인이 정치적 탄압 속에서도 멈추지 않고, 오히려 주변의 삶과 환경을 지식 화하며 그 의미를 넓힐 수 있음을 보여주었습니다. 현대 사회에서 지식은 너무 자주 ‘정보’로만 축소되고, 현실과 분리된 채 떠돌기 쉽습니다. 정약전은 우리에게 묻습니다. “당신의 지식은 누구를 위한 것인가?” 그는 유배지라는 불리한 조건에서도 학문을 지속했고, 그것을 통해 백성들과 소통하며 지식의 공공성을 실현했습니다. 『자산어보』는 지금도 생태학·민속학·역사학 자료로 활용되며, 단순한 기록이 아닌 시대를 넘는 실천적 유산으로 살아 있습니다. 오늘날 환경위기, 지역 소멸, 농어촌 불균형 등 다양한 사회문제를 고민할 때, 정약전의 정신은 여전히 유효합니다. 지식은 책상이 아닌 현장에서 완성되며, 그 지식은 사람과 자연, 사회의 균형을 고려할 때 비로소 살아납니다. 정약전은 말합니다. “멀리 있으나, 나는 잊지 않았다.” 바로 그 마음이야말로 지금 우리 모두에게 필요한 지식인의 윤리이자 실천의 출발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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